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지난 4월 11일 주일에 필자가 섬기는 교회의 원로목사님이셨던 장영춘 목사님의 1주기 추모예배가 있었다. 교단 총회장님을 비롯하여 노회 여러 목사님 그리고 지인들께서 교우들과 함께하셔서 가족을 위로하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 모든 예배 순서가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통해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기억하며 감사로 가득 차 있었다. 예배 순서 가운데 아들 장훈 목사님이 아버지를 회상하며 쓴 글을 읽어 내려갔다. 한 이민교회 목회자의 가정이야기였지만 모든 이민교회 목회자 가정의 이야기요 이민 교회의 이야기이며 이민자의 이야기를 그 안에 담고 있었다. 장훈 목사님은 아버님이 첫째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둘째는 교회를 사랑하며 셋째는 가족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부모님이 심방을 가시면서 우유병과 지신을 방에 홀로 남겨 두었다는 이야기를 훗날 들었다고 한다. 여동생 둘이 있었는데 자신과 서로 돌보며 지냈고 부모님은 교회 일로 새벽 일찍 나가셨고 항상 늦게 들어오셨다고 했다. 교회 일뿐 아니라 미국과 세계의 여러 일들이 아버님을 요구하셨고 그 일에 바쁘셨던 아버님은 자신의 졸업식 등에는 오시지 못하셨다고 하였다. 아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아버님. 그러나 아버님은 아들을 늘 생각하고 기도하고 사랑하고 계셨음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아버님은 한 가정의 아버지일 뿐 아니라 교회 모든 성도들의 아버지이셨고 더 큰 영역의 지도자이신 아버지로 소명을 받으셨음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교회를 위해 쏟은 눈물과 땀을 보았다. 그의 글은 이렇게 이어졌다.
“아버지의 그 영역을 제가 감히 어떻게 다 쫓을 수는 없겠지만 저도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종이 되면서 이제야 왜 아버지께서 그의 모든 것을 온전히 하나님의 부르심을 위하여 바치셨는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아버지의 마음이 그리스도의 마음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과 소망과 사랑을 주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작년 성금요일에 돌아가신 것이 얼마나 복되고 의미가 깊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는 남자이자 남편 그리고 아버지였지만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사랑하는 양떼들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바칠 수 있는 목자였습니다. 어쩌면 그의 가족보다, 자신의 생명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 양떼를 위해서 말입니다….”
아버지 목사님을 회상한 아들 목사님의 이야기는 내게는 잔잔한 감동을 넘어 큰 파도가 되었다. 장영춘 목사님을 비롯하여 우리 선배들은 교회를 위해 눈물과 땀과 피를 남기셨다. 이민자의 다른 영역에서도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이야기는 수 없이 많으리라. 이제 그 아름답고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넘어 “나의 무엇을 나의 자녀들은 볼 것인가?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런 스스로의 질문 앞에 나는 서있다. 그 날 장훈 목사님의 “아버님을 회상하며”라는 순서 바로 다음에 “남은 자”라는 제목의 특송이 있었다. “남은 자”는 작년 연말 여전히 힘들었던 팬데믹 상황 속에서 필자가 작사한 곡이다. 그 내용이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충분한 답은 될 수 없어도 그 단초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셍각해 보았다. 그 일부는 이렇다. “…둘러보니 아직도 세상은 어둠의 골짜기요/ 상처난 사람들로 가득하며 변화가 보이지 않네/ 남은 자여 알어나 꺼지지 않는 불로 어둠 밝히자/ 남은 자여 달려가 복음으로 세상을 치유하자….” 그렇다. 다음 세대에 넘길 것은 분명하다. 선진들이 눈물과 땀과 피를 가지고 지키시다가 넘겨주신 꺼지지 않는 불, 복음이 아니면 무엇이 있겠는가. 세상이 더 어려워졌다. 영원히 꺼지지 않은 불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발등의 급한 문제들의 불을 끄는데 급급하다. 이런 세상은 더욱 복음에 무관심하거나 다른 복음을 찾으려 한다. 그렇다면 눈물과 땀과 피와 함께 새로운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일까?
04.17.2021
미주크리스천신문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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