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3일
1991년 8월 19일, 굉음(轟音)과 함께 탱크들이 모스크바 거리를 진입했다. 그 날 아침 7시부터 모스크바의 텔레비전 방송국들과 라디오 방송국들의 정규 방송은 중지되었다. 당시 소비에트 연방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모스크바 남쪽 1500km 떨어진 크림반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소련 보수 강경파에 의한 쿠데타가 일어난 것이다. 크림반도로 파송된 쿠데타 세력에 의해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고립 당했고 모든 통신은 두절되었으며 심지어 핵미사일 발사 암호가 담긴 가방마저 빼앗겼다. 반역(反逆)이었다. 경악스러운 것은 쿠데타의 주동자 8명 모두 고르바초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자들이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에서의 소문은 쿠데타가 성공한 것 같이 펴져 나갔다. 그러나 온 세계가 숨을 죽이며 바라보았던 소련의 정변(政變)은 8월 21일, 3일 만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반역의 주모자들은 그 당시 죽거나 훗날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다. 권력을 잃고 역사에서 사라져 죽은 것 같았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놀랍게도 정변 3일 만에 다시 살아났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3일 만에 다시 권력을 회복한 후 변화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소비에트 연방에서 여러 나라들이 치례로 독립을 선언하였다는 것이다. 급기야 1991년 12월 26일 소비에트 연방은 공식적으로 해체되었고 그 후 소련은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었다. 소련의 해체와 변화는 자신과 온 세상에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반역은 저 하늘에서도 있었다. 하나님에 의해 하늘의 꽤 높은 자리를 가지고 있던 천사들이 하나님의 자리를 넘보는 반역을 일으킨 것이다. 금요일 그 날,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날, 그들은 자기들의 반역이 완전히 성공한 줄 알았다. 이제 완전히 제 세상인줄 알았다. 자기들의 좋아하는 어둠으로 온 세상을 덮어 놓을 것이요, 자기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사람들을 생각하니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희희낙락(喜喜樂樂)은 삼일 만에 끝났다. 예수님이 삼일 만에 다시 살아나신 것이다.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완전히 전복(顚覆)시키고 사단의 나라를 세우려던 사단의 음모(陰謀)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이어지는 그 3일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가장 큰 변화는 세상에 소망의 종말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세상은 시작된 그 종말의 완성을 기다리는 이중구조(already-but not yet)로 재편되었다. 시작된 종말은 완성의 종말을 사모하며 기다린다.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바꾼 예수님의 3일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려움이 다가올 때 크게 낙심한다. 언제 그 고통이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3일이면 된다. 물리적인 시간에 다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부활에 이르는 3일의 원리는 어디서나 적용된다. 30년 전 반역자의 무리를 제압하고 3일 만에 화려하게 복귀한 고르바초프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는 극히 적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예전처럼 세상에 영향을 끼칠 아무런 힘도 없다. 2천여 년 전 죽으셨다가 3일 만에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은 어떠하신가. 다르시다. 예수님은 부활 후 승천하셔서 지금 하늘에 계시다. 하늘로 승천하신 예수님은 왕이시다. 시작된 종말이라고 부르는 이때에 하늘 왕의 통치는 그의 재림으로 완성될 종말의 때까지 유보(留保)된 것이 아니다. 다시 오실 그날까지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 얌전히 앉아 계신 분이 아니시다. 3일 만에 부활하신 이의 하늘 통치는 지금도 이 땅에서 왕성(旺盛)하게, 눈이 부시게 전개(展開)된다.
억울한가. 피곤한가. 캄캄한가. 창피한가. 아프신가. 에이는가. 가난한가. 떨리는가. 죽겠는가. 왕을 부르라. 즉시 왕을 부르라. 모든 상황 속에서 어느 곳에 있든지 3일 만에 다시 사신 왕을 목 놓아 부르라. 3일 만에 죽음에서 살아나시어 세상을 바꾸신 예수님은 어두움을 빛으로, 절망을 소망으로, 가난을 풍성으로, 아픔을 건강으로, 수치를 자랑으로,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시기에 넉넉하신 우리의 왕이시다. 그렇다. 세상을 바꾼 3일의 이야기는 영원한 소망의 이야기이다.
03.27.2021
미주크리스천신문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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