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의 복음
무엇이 가장 두려우신가. 내게는 “거절 받는 것” 가장 두렵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거절 받는 것이 유쾌하실 리는 없을 것이다. 내게는 확신이 있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나도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데 누가 나를 환영해주고 좋아하겠는가. 그런 확신과 함께 문제가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 환영을 받으려면 환영받을 만한 조건이 있어야 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부를 잘하든가, 남다른 재능이 있던가, 돈이 많던가 하는 등의 조건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 거절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바로 이 말씀 때문이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지라도 양털 같이 희게 되리라” 하나님께서 오라고 부르시는 것이었다. 이것은 따듯한 환영의 “오라”이시지 혼내시려고 부르시는 것이 아니었다. 죄가 주홍 같은데, 죄가 진홍같이 붉은 데 부르시는 것이다. 죄가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양털 같이 희게 되리라고 말씀하시면서 환영하신다.
지난 주간 뉴욕에는 보기 드문 폭설이 내렸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가득 덮였다. 하루 이틀 집에 머물러 있으라는 행정명령도 있었다. 우리의 복음은 백설의 복음이다. 눈은 한 송이도 땅에서 솟지 않는다. 하늘에서만 쏟아진다. 눈은 가벼운 것 같아도 그 묵직함은 다른 어떤 것에 비길 수 없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눈을 보게 하셨다. 이 더러움을 덮는 눈을 보게 하시면서 위로하셨다. 하나님께 우리를 “오라” 하시면서 “가라” 하신 분이 있다. 우리를 그 품에 안기 위해 그 품에서 버리신 분이 있으시다. 하나님의 사랑하시는 독생자 예수님이시다. 하나님의 죄인의 부르심은 의로우신 예수님을 버리셨기에 가능하신 것이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백설의 복음의 배경에는 이렇듯 충격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지난 주간에 울면서 부르고 또 부른 찬송이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죄를 맑히시는 주의 보혈/ 성자 예수 그 귀한 피 찬송하고 찬송하세/ 주님 앞을 멀리 떠나 길을 잃고 헤맬 때에/ 나의 뒤를 따라오사 친히 구원하셨도다/ 흰 눈보다 더 흰 눈보다 더/ 주의 흘리신 보혈로 희게 씻어 주옵소서/ 아버지를 멀리 떠나 바른 길을 저버리고/ 여러 가지 죄악으로 주홍같이 되었으니/ 물 같은 것 가지고는 씻을 수가 아주 없네/ 주여 귀한 보배피로 날 정결케 하옵소서/ 흰 눈보다 더 흰 눈보다 더/ 주의 흘리신 보혈로 희게 씻어 주옵소서”
나는 이제 거절감이 두렵지 않다. 나를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짓된 확신 속에서 얼마나 오래 동안 힘들어 했던가. 나의 그릇된 확신으로 살지 않기로 했다. 나를 환영하시고 예뻐하신다는 하나님의 영원한 진리를 붙잡고 살기로 했다. 거절감의 두려움에서 자유를 얻었다. 나는 환영받는 존재이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이제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백설의 복음,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02.06.2021
미주크리스천신문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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