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도 감사할 수 있는가?
2020년은 왜 이리 길까? 그리고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사업과 수많은 직장을 휩쓸어간 팬데믹은 왜 아직 끝나지 않고 있는가? 교회의 문을 오래 동안 닫아야 했는데 또 언제까지 그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해야하는가? 그러는 가운데 추수감사절이 다가왔다. 이 2020년에 과연 감사할 것이 있는 가 궁금하다. 이런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상황 속에서 감사절을 축제처럼 맞이하기가 누군들 힘들 것 같다. 그러나 실망하지 말자. 감사할 것이 있다. 아니 감사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2020년의 기적에 감사할 수 있다. 생각해보자. 온 세상에 덮친 전염병 가운데서 우리가 이처럼 남아 있다는 것이 기적이 아닌가. 둘러보니 우리에게 남은 것이 많이 있다. 우리에게 남은 사명이 있다. 우리 자신은 남은 자이다. 기적 같이 남아있는 것이 또 있다. 정말 놀랍게도 우리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런 남음의 기적은 하나님의 파격적인 은혜이니 입에서 뿐 아니라 마음으로부터의 감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적만이 아니라 일상(日常)에도 감사가 넘친다. 2020년에도 푸른 하늘, 맑은 공기, 시원한 물, 따듯한 햇볕을 날마다 누리고 있다. 올해도 하루하루 눈 뜨고 먹고 걷고 일하고 잠자며 살아온 일상들로 가득 차 있다. 지나치고 보니 나를 부요케 한 누군가의 평범한 만남도 올해의 일상 속에 계속 있었다. 그러니 “나는 오늘 무엇에 감사할까?”로 고민할 일이 아니다. 일상의 모든 것이 감사 또 감사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2020년의 일상은 변함없는 하나님의 은혜이니 누구든지 2020년에 하나님께 감사드려야 하리라.
2020년에는 특히 고통이 컸으니 크게 감사해야 한다. 한센병 환자에게 폴 브랜드는 이렇게 물었다. “하나님께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입니까?” 그가 대답했다. “내게 고통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통이 마비된 채 살아가는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가장 귀한 선물은 고통이었다. 고통이 없으니 잘려나가는 것들을 앞서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고통은 다함없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팬데믹의 고통이 없었다면 인류는 다른 것으로 더 크게 더 폭삭 망가졌을 것이다. 지난봄부터 어깨가 아팠다. 견디다 못해 9월에는 수술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재활치료 중이다. 어깨가 아파 잠도 못자고 불편한 것도 많이 있었으나 여러 가지를 잃었던 이 아픔이 아니었다면 나는 자고(自高)하다가 아주 결정적인 것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11월을 감사의 달이라 부르지만 감사는 어느 달, 어느 계절만의 몫이 아니다. 사계절이 모두 감사의 계절이다. 두 아들을 공산주의자에게 잃고 자신도 순교자의 길을 걸으셨던 손양원 목사님은 이렇게 노래하셨다. “꽃이 피는 봄날에만 주의 사랑 있음인가/ 땀을 쏟는 염천에도 주의 사랑 여전하며/ 열매 맺는 가을에만 주의 은혜 있음인가/ 추운 겨울 주릴 때도 주의 위로 더한 것을/ 솔로몬의 부귀보다 욥의 고난 더 귀하고/ 솔로몬의 지혜보다 욥의 인내 아름답다/ 이 세상의 부귀영화 유혹의 손길 되나/ 고생 중의 인내함은 최후승리 이룩하네” 매서운 시간 속에서 드려진 목사님의 감사라면 혹독한 2020년의 우리도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선거가 끝난 지 3주가 다 되어 오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대해 분분(紛紛)하다. 2020년에 겪는 이런 모습은 일찍이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든지 아직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확정하는 과정이 남아있으니 모두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이러한 때 크게 감사할 일이 있다. 확실하게 확정된 왕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 왕은 4년 동안 미국만을 통치하는 일시적인 대통령이 아니라 하늘과 땅을 지으시고 그것들을 영원히 통치하시는 하나님이시다. 3000년 전에도 하나님께 이렇게 감사하였는데 2020년의 우리도 똑같은 내용으로 감사드릴 수 있다. “주들 중에 뛰어난 주께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편136:3).
11.21.2020
미주크리스천신문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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