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아~ 역부족입니다.” 실망이 가득한 소리였다. 중계 방송하던 아나운서에게서 왜 그런 표현이 안 나오겠는가. 2회전만 해도 네 번이나 다운되었던 것이다. 언제 또 쓰러질 것인가가 관건이었던 3회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2회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2회전에서 네 번이나 쓰러졌던 대한민국의 홍수환 선수가 파나마의 카라스키아 선수에게 통쾌한 역적 KO승을 거두고 세계 챔피언이 된 것이다. 1977년 11월 27일 파나마시티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43년 전의 일이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내게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4전(顚)5기(起)의 신화(神話)”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한국 스포츠사(史)의 대사건이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또 넘어지면 또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용기를 실제로 보여주고 각인시켜준 심어준 명승부 권투경기였다.
집의 창문을 통해 보니 나무들이 더 푸르러 간다. 외롭게 홀로 떨던 겨울을 지나고 봄을 거쳐 여름으로 성큼 걸어가면서 나무는 다시 푸르러 가는 것일 게다. 유리가 땅에 떨어지면 산산이 깨어지지만 공이 땅에 떨어지면 다시 튀어 오른다. 지난 주간에 필자가 속한 교단의 총회가 있었다. 총회준비위원회에서 올해는 멕시코의 칸쿤(Cancun)에서 하겠다면서 작년부터 홍보도 하였고 등록도 받고 준비를 많이 하였다. 대부분 총대들이 비행기 표를 미리 예약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상황은 칸쿤은커녕 집 밖에도 못나가고 있는 것이다. 총회준비위원회는 칸쿤 총회를 포기하면서 올해의 총회까지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총회준비를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다. 힘든 시작이었고 과정이었지만 마침내 총회를 잘 마치게 되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제목이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남진 씨가 부른 같은 제목의 절절한 노래도 있다. 컴퓨터에도 “reset” 기능이 있다.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뭔가 이상하고 기능이 마비된다면 다 끄고 포기할 일이 아니다. 가만히 있는 다고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주저 없이 리셋 버튼을 누르면 된다. 리셋은 다시 시작하는 기능이다. “다시”라는 것이 없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단판(單板) 승부가 인생이라면 누가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겠는가. “다시”라는 단어는 희망의 단어이다. 세상도 “다시”라는 단어를 붙잡고 일어서는데 그리스도인들이 “다시”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님은 “다시”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을 일으키신다. 죄를 지었던 다윗도 “다시” 용서하셨다. 도망갔던 요나도 “다시” 찾아 내셨다.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도 “다시” 불러주셨다. 우리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신 분이다. 우리도 “다시” 살아난다.
5월 중순인데도 보이는 것이 없다. 현실도 그렇고 미래도 그렇다. 그렇다고 주저 않아 있음이 나의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펼쳐질 미래를 희망하며 오늘 “다시” 일어나자. 그러고 보니 “다시”는 “희망”의 친구이다. “다시”의 사람은 “희망”의 사람이다. “다시”의 사람은 홍수환 선수처럼 맷집이 좋은 사람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 “다시”의 사람을 이길 세상은 없다. 하나님이 누구에게나 주신 선물 “다시”를 다시 생각하자. 다시 활용하자. “다시”를 버리지 않은 한 내겐 찬란한 희망이 있다.
05.16.2020
미주크리스천신문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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