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열(父悅) 모열(母悅)
아버님은 마라톤을 너무 좋아하셨다. 훗날 생각해보니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이던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너무 고마우셨기 때문이리라. 이제 막 독립된 나라에 1947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을 안겨준 서윤복 선수가 자랑스러우셨으리라.
아버님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 중학교 때 육상부에 들어갔다. 등교하기 전, 수 Km의 거리를 매일 달리고야 학교에 갔다. 하지만 지구력과 스피드 등 모든 것이 부족해 학교 대표선수는 못되었고 당연히 아버님이 보시는 가운데 당당히 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마라톤을 좋아하셨던 아버님께 마라톤을 통해 기쁨을 드리지 못했다.
아버님은 기도를 참 좋아하셨다. 깊은 새벽 어쩌다 잠을 깨면 언제나 아버님은 눈물로 기도하고 계셨다. 아버님 앞에는 성경책이, 옆에는 손수건이 놓여 있었는데 그 손수건이 항상 젖어 있었던 것이다. 장로님이셨던 아버님은 내게 기도를 ‘이렇게 하라’고 직접 말씀을 안 하셨지만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몸소 보여주셨고 또 기도하는 아들이 되길 원하고 바라고 기도하셨을 것이다. 나는 아버님보다 먼저 일어나 기도했던 기억이 거의 없으니 기도 생활을 통해서 아버님의 기쁨이 되지 못했다.
아버님은 복음을 가장 좋아하셨다. 아버님이 병원에 계시다가 집으로 오셔서 2주 정도 계시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그 2주 동안 하신 유일한 말씀은 “복음전파, 복음전파, 복음전파” 세 마디 뿐이셨다. 내가 복음을 아버님만큼 좋아하는가, 복음대로 사는가, 복음만을 전하는가 생각해 볼 때마다 부끄럽다.
어머님은 내게 맛난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것을 기뻐하셨다. 어려운 살림에도 정성을 다하신 식탁을 베풀어 주셨다. 어떨 때에는 22일 동안 집에서 금식하시면서 꼬박 밥을 차려주셨는데 그렇게 밥을 지어주신 어머니가 놀랍고, 밥을 거르지 않고 먹었던 내 스스로도 놀라웠다. 그런 어머니께 맛난 음식 사드리며 고운 블라우스 사드리며 기쁨을 드렸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어머님은 아들이 태평양보다 넓은 마음을 갖기를 기도하셨고 내게 그런 소원을 기쁘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찻잔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을 어머님은 잘 알고 계셨을 것이다. 나는 넉넉한 마음으로 어머님께 기쁨을 드리는 아들이 못 되었던 것이다.
“父悅, 母悅!” “아버님의 기쁨, 어머님의 기쁨!” 어떻게든 아버님께 기쁨을 드리고 어머님께 기쁨을 드리고 싶었는데 두 분 다 이 땅에 계시지 않다. 이 땅에서 아버님 어머님께 기쁨을 드릴 수 있는 효도는 너무 늦고 말았다. 언제나 그들 ‘자신’보다 이 부족한 ‘자식’을 위해 사셨던 부모님의 살아생전에 한 번도 그들의 큰 기쁨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불효자는 또 눈물짓는다.
05.09.2020
미주크리스천신문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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