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에서 “네 덕”까지
미국에는 대선, 한국에는 총선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선거 전략은 다양하고 복잡한 것 같지만 실상은 매우 단순하다. 잘한 것은 모두가 “내 덕”이고 못한 것은 다 “네 탓”으로 몰아가면 된다. 세상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모두가 “네 탓”이라고 외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다소(?) 덜렁대는 필자는 여기저기서 잘 부딪힌다. 그 때마다 “내 탓”을 하지 않고 내가 부딪힌, 조용이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 정말 아무 죄 없는 물건을 째려보거나 때려 준다. 내가 실수한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거기에 있던 것이 애당초 잘못이라는 스스로의 논리에 스스로 위로받지만 실상은 초라한 행태이다. “네 탓”을 외치는 가정은 싸움으로 지새우는 것 밖에 없다. 어딜 갈 때 조금만 늦어도 남편은 화장을 너무 오래한 “아내 탓”을 하고, 아내는 차를 막히는 대로 운전한 “남편 탓”을 한다. 별것 아닌 일에 서로 “네 탓”이라고 하면 감정은 점점 고조되고 말투는 자꾸 거칠어진다. 우리 조상 아담이 죄를 짓고 하나님 앞에서 “아내 탓”을 해서 그런지 우리도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일을 쉽게 “아내 탓”으로 덮어씌운다. 왜 가정뿐이겠는가. 교회도 직장도 나라도 다 마찬가지이다. “네 탓”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확실히 ”네 탓“인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탓“의 노래를 멈춘다면 더 나아가 ”내 탓“이라고 말한다면 그 공동체는 위로 공동체가 된다.
”네 탓“을 멈추었는가.”내 탓“이라고 말하는가. 너무 멋지다. 하지만 더 가야할 길이 있다. “네 덕“이라고 말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 “네 덕“이라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의 자랑이 아니라 다른 이의 칭찬이다. 성경은 스스로의 자랑이 아닌 다른 이의 칭찬을 받는 것을 삶의 중요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 타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으로는 하지 말며 외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술로는 하지 말지니라”(잠언27:1-2). 서로 “네 덕“이라고 말하는 공동체 곧 칭찬의 공동체는 위로의 공동체를 넘어 더욱 아름다운 공동체, 더욱 일할 맛 나는 즐거운 공동체, 더욱 변화되는 기적의 공동체로 만들어간다. 나는 내가 별로 한 것이 없는데 간혹 ”목사님 덕분에...” 말을 들으면 책임감을 더 느끼며 무언가 더 잘해보겠다는 스스로의 결의를 다지게 된다.
부부간의 아픔, 세대 간의 반목, 공동체의 갈등은 다른 것이 아니라 “내 탓”과 ”네 덕“이라는 표현의 부족에서 온다. 오늘, 아내를 향해 남편을 향해 아니면 내가 속한 공동체 그 누군가를 향해 그 누군가처럼 이렇게 노래할 수 있겠는가. “당신 때문에 행복한걸요. 따스함이 가득 담긴 그대 음성,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선한 눈망울을 가진 당신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삶이 무거워 힘겨워할 때 따사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어깨 다독여주는 당신이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내 기쁨에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함께 나눌 수 없는 고통에는 안타까움 전해 주는 당신 때문에 늘 행복한 사람입니다. 세상사람 모두를 향한 친절함 속에서도 날 향한 각별함을 늘 남겨 놓으시는 내게 또한 특별한 사람인 당신이 내 존재이유를 깨우쳐 줍니다....”
언제가 싱글 신학생에게 물었다. “어떤 배우자를 원하십니까?” 그 신학생의 대답은 주저 없었다. “말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크게 공감이 가는 대답이었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말을 잘해야 한다. “네 탓”은 아니다. “내 탓”에서 “네 덕”까지는 세상을 밝힐 너무 좋은 말들이다.
03.14.2020
미주크리스천신문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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