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가족으로, 그리고 전쟁터로
대부분의 사람에겐 primary care를 해주는 병원과 의사가 있다. 대부분의 primary doctor들이 다음 2가지 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주치의는 무엇보다 단호하신 분이다. 나의 건강에 대한 여러 지침을 강하고 분명하게 일러준다. 그리고 그분은 따뜻한 분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라, 이런 음식을 드시라는 등의 말을 잘 따르지 않고 병원에 다시 가도 살짝 실망의 표정은 짓지만 다시 용기를 주는 말로 진료를 끝낸다. 의사가 엄격하기만 해서도 안 되고 동정심만 많아서도 안 될 것이다. 그 중의 한 면만 가지고는 어떻게 온전한 치유나 돌봄이 가능하겠는가. 그런 면에서 말을 잘 듣지 않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 나의 주치의의 양면성이 고맙다. 교회는 반드시 이런 병원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영적 치유에 필요한 강력한 말씀과 따듯한 위로가 필요하다. 교인들이 말씀대로 잘 살지 못하였지만 주일에 교회에 온다는 것은 적어도 하나님을 대적하거나 말씀의 무용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그들을 원수같이 여기고 처음부터 끝까지 훈계와 책망만으로 돌려보낸다면 상처와 아픔이 잘 치유될 수 있을까. 타협할 수 없는 강력한 말씀과 함께 기다림을 담은 따듯한 위로를 통해 성도들은 조금씩 건강해질 것이다.
교회는 그런 좋은 병원으로만 머무를 수 없다. 마침내 가족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열두 해 혈루병을 앓던 여인을 고쳐주시고 “딸아”라고 부르셨다. 치유뿐 아니라 예수님의 가족으로 초청하신 것이다. 그 여인의 감격은 얼마나 컸겠는가. 그의 열두 해의 아픔과는 견줄 수 없는 영원한 생명을 가진 예수님의 가족이 되는 축복을 받았으니, 늘 울어도 못 갚을 감격으로 이 땅의 남은 날들을 살다가 천국에 올라갔을 것이다.
36년 전 한국의 여름과 가을은 눈물바다였다. 1983년 6월 30일 밤부터 11월 14일 새벽까지 전개된 KBS의 이산가족 찾기 특별 생방송을 시청하거나 직접 참여했던 사람들의 눈물이 온 나라에 강같이 흘렀던 것을 기억한다. 1950년 한국전쟁 등으로 헤어졌던 가족들의 재회장면은, 죄로 헤어졌던 사람들이 예수님 안에서 다시 가족으로 만나는 교회의 모형과도 같았다.
교회는 이 땅에서 병원의 회복과 가족의 감격만으로 살 수 없다. 교회가 전쟁터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영적인 전투를 외면한 교회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교회에게는 저 오래전 유다의 바벨론 포로 이야기가 머잖아 현실이 될 것이다. 교회가 전개하는 전쟁은 반드시 승리한다. 단 하나의 전제가 있으니 진리로 싸우기만 한다면.
십자군 전쟁의 실패는 진리로 싸운 싸움이 아니라 사람과 재물과 명예를 위한 싸움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싸움으로 포장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마틴 루터의 이런 선포는 모든 시대, 모든 교회의 영적 승리에 적실하다. “이 땅에 마귀 들끓어 우리를 삼키려하나/겁내지 말고 섰거라 진리로 이기리로다/친척과 재물과 명예와 생명을 다 빼앗긴대도/진리는 살아서 그 나라 영원하리라.” 그렇다. 교회는 진리로만 이긴다. 그 싸움 가운데 원수들은 물러갈 것이고 그들에게 잡혀있던 자들은 찾게 될 것이다.
교회에 빼놓을 수 없는 사이클(cycle)이 있다. 그 어느 하나라도 떼어내면 어색한 정도가 아니라 그릇되리라. 그 사이클은 무엇인가.
“병원에서 가족으로, 그리고 전쟁터로”
05.25.2019
미주크리스천신문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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