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왕이라 치자
그대가 왕이라 치자. 화려한 왕궁과 멋진 왕실을 가지고 있다고 치자. 매일 진수성찬을 차린다 치자. 그 왕궁 그 식탁에 누군가 초대할 수 있다고 치자. 누구를 초대하겠는가? 왕의 명성에 걸 맞는 그리고 그 왕실에 들어오기에 적합한 인물들을 찾지 않겠는가. 초대장을 이상한 데로 보낸 왕이 있었다. 초대 대상의 이름은 로드빌에 사는 “므비보셋” 그리고 초청인은 예루살렘 왕궁에 사는 “다윗 왕”이다. 로드빌은 어디인가. 사람살기에 적합지 않은 황량한 장소이다. 므비보셋은 누군가. 다윗 왕을 쫓아다니며 죽이려 했던 사울왕의 절름발이 손자였다. 므비보셋은 다윗 왕의 손에 죽어도 열두 번 죽어도 말 못할 처지였다. 그런데 므비보셋은 다윗 왕의 초대를 받았고 그의 식탁에서 매일 왕자처럼 먹었다. 아무리 다윗의 마음이 넓다하여도 이런 황당한 일이 어디 있는가? 그대가 다윗 왕이라 치면 므비보셋 같은 이를 평생 왕의 식탁에서 마주 앉고 싶겠는가.
있다. 그보다 더 황당한 일이 있다. 초대받은 자들을 보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자” “목마르고 돈 없는 자” “넘어지고 쓰러진 자” “무능하기 짝이 없는 자” 초청인은 누구인가. 놀라지 마시라, 천지를 창조하신 그분이시다. 전능하신 분이시다. 지혜와 명철이 한이 없으신 분이시다. 풍성한 사랑을 가지신 분이시다. 너그럽기로는 견줄 이가 없으신 분이시다. 모든 왕들 중에 왕, 영원한 왕 하나님이시다. 그 분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앓도록 초대하기에 그럴듯한 자가 뻔쩍한 자들이 즐비한데 이 무슨 일인가. 참모 중 누군가 실수로 잘못 만든 명단이 아닌가. 아니다. 초청인이 직접 작성한 명단이다. 그가 천국으로 초청한 이들이다. 그들에게 무한 제공되는 화려하고 기름진 음식들이 눈길을 끈다. 그대가 왕 중의 왕이라 치자. 이런 이들을 초청하여 가장 좋은 음식을 끝없이 제공하며 영원히 그들과 함께 먹고 싶겠는가.
아무튼 천국에서 이제 왕의 잔치가 시작되려는 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 중에 누군가를 결박하여 끌어내는 것이 아닌가. 어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다들 궁금해 한다. “너는 예복을 입지 않았다.” 초청인이 그를 향해 일갈한다. 감히 이 자리에 마땅한 예복을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쫓겨난 그이만 다르기는 달랐다. 비록 그 자리에 초청 받은 이들이 출신은 다양하고 모습은 남루하기 짝이 없는 이들이지만 다들 입고 있는 옷은 달랐다. 도대체 무슨 옷일까. 어떤 예복이란 말인가. 다음 가사에서 그 예복이 어떤 예복인지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죄에 더러워진 예복을/ 주 앞에 지금 다 벗어서/ 샘물 같이 솟아나는 보혈로/ 눈보다 더 희게 씻으라/ 주님 예수 다시 올 때 그대는/ 영접할 예복이 있는가/ 그대 몸은 거룩한 곳 천국에/ 들어갈 준비가 됐는가/ 예수의 보혈로 그대는 씻기어 있는가/ 마음속에 여러 가지 죄악이 깨끗이 씻기어 있는가.” 예수의 보혈로 씻김 받은 옷이다. 십자가의 예수님을 주님과 구주로 믿는 믿음이 바로 그 옷이다. 초청과 예복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둘러보니 하나님의 초청에 무심한 사람들이 꽤 있다. 머잖은 곳에 실컷 놀 수 있는 깨끗한 바닷가가 있는데 시궁창에서 뒹굴고 노는 것에 만족하는 아이들처럼 하늘의 준비된 왕의 식탁보다 이 땅에서 제한된 재료로 자기가 차린 형편없는 밥상에만 만족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대가 초청자라 치자. 정성껏 준비한 잔치로의 초청을 거절한 사람들 때문에 속이 타겠는가, 안타겠는가.
03.20.2021
미주크리스천신문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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