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니
얼마 전 교단총회가 LA에서 있었다. 올해 우리 교단의 주제는 “항상 정의와 공의를 행하게 하소서”이다. 교단의 신임 총회장 목사님이 폐회설교를 하시면서 이렇게 물으셨다.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짧았던 결혼주례사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나는 몰랐다. 그리고 궁금했다. 목사님은 이렇게 이어가셨다. “그 짧은 주례사는 김구 선생님의 주례사였습니다.” 침이 꼴깍. 더 궁금해진 것이다. “너를 보니 네 아버지 생각난다. 잘 살아라.” 그것이 주례사의 전부였다는 것이다. 총회장님은 그 주례사처럼 가장 짧은 폐회설교를 하시겠다며 “생명보다 귀한 것이 사명이다”라는 짧은 말씀으로 시작 겸, 본론 겸, 마무리하셨다. 짧은 주례사, 짧은 설교에 큰 임팩트(impact)가 있음을 여실히 느낀 가운데 계속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구절이 있었다. “너를 보니 네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마 그날 결혼하는 남자청년의 아버지가 김구 선생님의 지인이었으리라. “너를 보니 -----이 생각난다.”
나를 볼 때 사람들에게 무슨 생각이 떠오를까?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자린고비”가 생각난다고 하면 이 얼마나 수치이겠는가.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알랑 들롱이 생각난다면 괜찮겠지만 그런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고 한 때 거울보고 나 혼자 생각했던 것뿐이다. 오래 전 한국에 “나는 가수다”라는 음악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자들은 모두 대단한 실력을 갖춘 자들인데 방청객과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 등수를 매기어 다음에 계속 참여 또는 탈락을 시키는 재미있고도 잔인한(?) 프로그램이었다. 그 첫 회엔가 김건모라는 당대의 최고가수가 탈락하면서 주목을 끌었었다. “나는 가수다” “나는 교사다” “나는 요리사다” “나는 목사다” 내가 누구라고 외치기 전에 누군가 나를 제대로 알아보아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고 보니 지난 삶에서 나를 보고 “혹시, 목사님 아니신가요?”라고 물은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내가 보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사이의 연관성도 무시할 수 없다. 자아가 왜곡되어 있으면 누가 나를 정당하게 보겠는가. 열등한 또는 교만한 거짓 자아를 품고 사는 이에게 밝고 높은 평가를 줄자는 없으리라. 내가 남의 마음에 들기 전에 내가 나의 마음에 먼저 들어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나를 다른 사람이 좋아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거짓 자아를 철저히 깨야 한다,
헨리 나우엔의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라는 책이 있다. 그의 다른 책 내용이 그렇듯이 군더더기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책의 제목대로 살려고 한다면 내 자신이 먼저 예수님을 닮아가기에 힘써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에게 “당신을 보니 예수님이 생각이 나는군요” 라는 말을 들었다면 곧 들통 날 나의 외식과 가식이 잠시 통하였다는 것뿐이다. 성경은 신의 성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이런 신의 성품을 품고 있을 때 “너를 보니 너의 신, 하나님과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겠노라”는 말을 부끄럼 없이 들을 수 있다.
안디옥교회 교인들이 최초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그리스도를 생각나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다. “너를 보니 네 아버지 생각난다. 잘 살아라.” 이 짧은 주례사가 그 당시 그 청년에게만 필요하였겠는가. 수십 년 전의 그 짧은 주례사가 오늘까지 긴 여운을 남긴다.
06.01.2019
미주크리스천신문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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